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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후반쯔음 회사를 옮긴 후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서, 어느덧 벌써 5월 초가 되었다.
경력직으로 들어왔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다 새로운 내용이라 배워야 했고, 이해해야 하고 적용해야 했지만...
여기도 사람이 부족한 지라 위의 필수적인 사전 지식을 위한 기간보다 바로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고객 요청 사항을 체크하고
대응하고, 내부에 전달해주는 역할을 주로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오픈을 위해 다른 생각없이, 내 몸에 대한 걱정없이 야근이며, 철야며, 주말이며 나오라는데로 나왔고... 같이 일하는 분들이 있었기에 다들 그렇게 일하며 지내는 줄 알았다.  프로젝트 오픈하고 나서 조금이나마 여유를 되찾을 쯔음.... 같이 일하던 사람 중 한명이 퇴사를 한다고 했다.  

새로운 회사에 들어와서 나름 정붙이고 같이 일하던 사람이었는데, 퇴사한다고 하니 왠지 모르게 허탈감이 찾아왔다.   그 순간 나도 내가 해온 일들에 대해 실적이 있는지 되짚어 보았다.   이런, 실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고객과 회사 내부 중간에서 의사소통만 도와주고 있었을 뿐이었다.  하아.. 이게 맞는 건가?  내 직군에 맞는 일을 하고 있지 않고, 다른 분들을 지원하면서 하루하루를 내 시간 없이 다 투자하며 지내왔는데..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정작 마무리 문서 작업은 못할때도 있었는데.. 막상 지나고 보니 내가 해놓은 결과물은 없었다....

4월 중순 쯤 회사 팀장님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  거기서 머하고 있는 거냐고... 여기서 위에 했던일들에 대해 설명을 하고 PM분과 본부장님간 결정에 의해 계속 지원하고 있었다고 했지만, 본인 직군도 아닌데 왜 그러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나름 나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한번 더 허탈감이 오는 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이 회사랑 나와 맞지 않는 것일까?  내가 생각했던 부분과 프로세스들이 달랐다.  이해하고 적응해가는 기간이라며 애써 따라가고 있지만... 이게 맞는 건지 의문이 커가져가는 것은 사실인 듯 하다.

팀장님과 PM님 간 연락 후 우선 본사로 복귀하게 되었고, 프로젝트 하나를 맡으라고 전달받았다.  나는 아직 이 회사 솔루션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데, 그냥 해보면서 배우는 거란다.   매번 같은 방식으로 일을 해왔던 터라 그러려니 하지만서도, 내심 부담이 되고 난감한 것은 매번 생기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나와 맞지 않으니 그만 하겠습니다 라고는 못하겠고... 다들 바쁜데 나만 너무 하는 것이 없는 것 같고... 윗분들은 잘하고 있는 거라고..  본인은 몰라도 다른 사람들 통해서 잘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고... 해주시지만.. 정작 나는 잘 못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나도 꼰대라서... 예전 20대때 라떼 시절이였다면, 아무런 책임감도 없었더라면...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ㅏ아아아아아ㅏ앙ㅇ아아아아ㅏ아아앙아아아아ㅏㅇ 하고 나갔을텐데.... 에휴... 넌 어차피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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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로 다닌 지 대략 10년 된 회사에서 퇴사를 하게 되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갑작스런 회사 확장에 인원 충원도 있었고,  갑작스럽게 회사 인원들이 나가기도 하고,  그렇게 사람들이 오고가는 동안에도 나는 묵묵히 버티고 버텨서 오늘까지 왔다.

물론 나도 퇴사를 하고 싶은 마음은 항상 가지고 있었다.  회사원이라면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다만, 나에게는 책임지고 지켜가야할 가정이 있다는 것이... 그리고 아직은 내가 원하고, 나를 원하는 곳이 없었다는 딱... 그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 회사에는 내가 처음 회사 생활을 시작 했을 때부터 같이 일하던 선임이 있었다.   나와 알고 지낸지 15년이 넘었기에 나도 선임에게 많이 의지 하였고, 선임도 그런 나를 믿고 옆에서 격려해주고 다독여 주었기에... 남들보다는 더 오래 버틸 수 있었던거 같다.

이제 그런 선임과도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따로 저녁을 먹으면서도 내심 죄송하다고 말했다.  많이 도움을 주지 못하고 가서 미안하다고.... 선임은 그런 나에게 넌 할만큼 했고, 때를 잘 맞추어 나간거라고 이야기 해주었다.  내심 끝내 같이 하지 못하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밀려왔다. 

그리고 남은 직원들에게도 끝까지 같이 버텨주지 못해 미안했다.  비록 내가 여기에서 중요한 업무를 보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의 빈자리로 인해 그들이 대신해야할 업무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들 고생했다고 말해주어서 내심 고마웠다.  나도 미안하고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   

다른 회사로 가면 경력직으로 가기에 나는 적응하기 위해 낯선 환경과 사람들 그리고 조직문화, 일하는 문화 등... 빠르게 적응해나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지금 회사 사람들과는 당연히 멀어질 듯 하다.... 하지만 근 10년이란 시간이 짧지 않았듯이 쉽게 잊혀지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가서 열심히 적응 하는 동안 이들도 여기서 계속 나름대로 적응해 나갈 것이기에...  

그저 서로에게 앞으로 잘 되기를 기원할 뿐이다... 그저 딱 그 정도의... 그리고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작별 인사와 함께.... 이 회사와의 인연을 정리한다...  나는 그저 아쉬워 하지 말고 새로운 곳에서 더 열심히 적응하면서 살아가기를 다짐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 P.S "넌 어차피 안해" 글의 시작은 이 회사에서 나의 역할이 점점 더 줄어듬과 더불어 나태해지는 나를 조금이라도 다독이 위해 시작된 글이다.  이제 지금의 회사를 떠나기에 시즌 1을 여기서 마치고자 한다.  처음에는 가볍게... 또 어떨때는 말도 안되게 길게... 그리고 두서도 없이 글 솜씨도 없이 끄적였지만... 나름대로 내 자신의 나태함을 어느정도 막아주고 자존감도 지켜주었다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나태함도 있고 강인함도 있고 여유도 있고 능력도 있지만... 환경에 따라서는 그 모든것들이 좋은 방향으로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때로는 엉뚱하고 새롭고 어렵고 힘들고 하는 일들에 부딪혀가면서 조금씩 극복해나가는 것 같다.  나의 이 말도 안되는 엉뚱한 글도... 단지 나를 위한 글이 었을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10년 뒤에 내가 다시 보게 된다면... 헛 웃음만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때의 나는 이렇게 생각할 것 같다... 10년전에 나는 정말 치열하게 살았고... 잘 버텨가며 여기까지 오게 해주었구나... 고맙다... 10년전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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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초에 허리를 심하게 삐끗한 후로... 꾸준히 다니던 헬스장을 안간지 벌써 1달이 넘었다.   마음은 전처럼 일찍 일어나서 그날 첫차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갈아타고 헬스장을 어떻게든 가서, 한시간 가량 정도 무리하지 않는 강도로 운동한 후 개운하게 샤워하고 나오는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허리를 조심해야지라는 핑계 아닌 핑계가 계속 나를 붙잡는다.

  헬스장 다닐때는 4시30분 기상이었는데, 지금은 한참 늦은 6시에 기상을 하고....  첫차 버스를 타던 나는, 이제 7시에 버스를 탄다.. 운동을 마치고 회사에 오면 8시 가량이었는데.. 지금은 출근을 하면 8시 가량이다.. 모든게 바뀌어 버린 지금... 그나마 시작한 영어공부가 위안을 준다.  머라도 하기 위해 시작한 영어공부, 아들이 점점 커가면서 외로이 공부하는 아들과 같이 하기 위해 시작한 공부, 그리고 해외 여행 시 버벅거리던 내가 한심해서 시작한 공부.... 나름의 이유덕에 2주째이긴 하지만 꾸준히 하고 있다.

  다만, 운동에 대한 미련은 조금이나마 남아 있긴하다.. 특히 요즘 더운 시기에 사람으로 가득찬 지하철을 꾸역꾸역 타고 출근을 할때면.. 빠른 시간에 나와 한적한 지하철이 자꾸만 그리워 진다.  출근 시간대 만이라도 선선하게 출근을 했었는데, 지금은 출퇴근 길이 다 덥고 짜증나는 길이 되어 버렸다.   회사에 도착해 영어공부를 마치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다시 조금만 더 무리해서 일찍 일어나, 한적한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면 어떨까?  그리고 어떻게든 운동을 하고 개운하게 샤워하고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가져보지만.. 이미 내 몸은 6시에 일어나는 것에 적응을 해버린 듯 하다...  괜찮아... 괜찮아..  이제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 나이잖아?  그리고 넌 어차피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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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무슨 계기가 된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영어공부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바로 여러 영어회화 프로그램을 찾아가며, 컨텐츠와 무료 수강을 들어보면 심사숙고 후에 하나를 선택하였다.  

기존에 아들이 사용하던 8인치 탭으로 강의를 들으며, 진도를 나갔으나 이상하게 또 탭이 좀 컷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아... 그 생각이 들자마자 12인치 이상으로 검색을 하고 가격비교, cpu, ram, 저장공간, 화면밝기, 해상도 등 열심히 찾아보고 있던 중... 와이프가 그 모습을 보고 또 시작이냐며... 이제 그만 좀 하라고 한다...;;;;

와이프는 내가 한번 꽂히면 계속 본다는 걸 알기에 미리부터 차단을 했다.  다소 서운한 감도 없지 않았지만... 내가 그동안 해온 것들이 있으니 차마 반박은 못하고..  가격이 많~~~~이 저렴하면서 괜찮은 중고가 올라올때마다 한번씩 와이프에 어떻냐고 싸고 좋다고 은근히 밀어본다.. 하지만.. 역시나 완고하신 우리 와이프님..

하아.. 그만 좀 포기하자.. 넌 아차피 안사.... 아니 못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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